지난달 말, 3년 다닌 회사를 나온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고용센터에 갔다가 "선생님은 실업급여 대상이 아니십니다"라는 말을 듣고 나왔다고 했습니다. 프리랜서 계약으로 일했던 터라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던 겁니다. 통장 잔고는 두 달치, 이력서는 아직 한 줄도 못 고친 상태. 전화기 너머 목소리가 유난히 차분해서 오히려 마음이 쓰였습니다.

고용보험은 임금근로자를 전제로 설계된 제도라서 프리랜서·자영업자·오래 쉰 사람·사회에 처음 나오는 청년은 그 그물망 바깥에 놓입니다. 그 바깥을 메우려고 만든 제도가 '국민취업지원제도'입니다.

실업급여와는 아예 다른 제도입니다

가장 흔한 오해가 "국민취업지원제도 = 실업급여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입니다. 두 제도는 돈의 출처부터 다릅니다. 실업급여는 내가 냈던 고용보험료에서 나오는 보험금이고, 국민취업지원제도는 보험료와 무관하게 세금으로 운영되는 복지 성격의 제도입니다.

그래서 자격 기준도 정반대 방향을 봅니다. 실업급여는 "얼마나 오래 보험료를 냈는가, 왜 그만뒀는가"를 따지지만,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지금 소득과 재산이 얼마인가"를 봅니다. 자발적으로 퇴사해 실업급여를 못 받는 경우에도 소득·재산 요건만 맞으면 참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업급여가 '내가 낸 보험료를 돌려받는 일'이라면, 국민취업지원제도는 '보험 밖에 있던 사람을 국가가 붙잡아 주는 일'입니다.

다만 두 제도를 동시에 받을 수는 없습니다. Ⅰ유형의 경우 구직급여를 받고 있거나, 받은 뒤 6개월이 지나지 않았다면 참여할 수 없습니다. 실업급여가 끝난 다음을 노리고 있다면 이 6개월이라는 시차를 미리 달력에 표시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Ⅰ유형과 Ⅱ유형, 갈리는 지점은 '현금'입니다

제도가 복잡해 보이는 이유는 유형이 나뉘어 있어서인데, 실은 한 문장으로 정리됩니다. Ⅰ유형은 현금(구직촉진수당)이 나오고, Ⅱ유형은 주로 서비스와 소액 수당이 나옵니다.

Ⅰ유형은 다시 셋으로 갈립니다.

구분나이소득재산취업경험(최근 2년)
요건심사형15~69세중위소득 60% 이하4억 이하(청년 5억)100일 또는 800시간 이상
선발형(비경제활동)15~69세중위소득 60% 이하4억 이하100일 또는 800시간 미만
선발형(청년특례)15~34세중위소득 120% 이하5억 이하무관

여기서 눈여겨볼 것이 선발형 청년특례입니다. 중위소득 120% 이하까지 문을 열어 뒀기 때문에 "우리 집이 그렇게 어렵진 않은데"라며 지레 포기했던 청년도 해당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름 그대로 '선발'이라 예산 상황에 따라 탈락할 수 있습니다.

Ⅱ유형은 소득·재산을 거의 보지 않습니다. 15~34세 청년은 소득 무관, 35~69세 중장년은 중위소득 100% 이하면 됩니다. 여기에 특정계층 23개 항목이 따로 있는데 한부모·미혼모(부), 북한이탈주민, 결혼이민자, 신용회복지원자, 건설일용직, 영세자영업자, 폐업(예정) 소상공인, 구직단념청년 등이 포함됩니다. 자신이 여기 해당하는 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으니 목록을 한 번은 훑어보시길 권합니다.

실제로 얼마가 들어오나

Ⅰ유형에 선정되면 구직촉진수당 월 60만 원을 6개월간, 총 360만 원을 받습니다. 여기에 가족수당이 붙습니다. 심사 때 확정된 가구원 중 18세 이하 미성년자, 70세 이상 고령자, 중증장애인이 있으면 1인당 월 10만 원, 최대 40만 원까지 추가됩니다. 미성년자나 고령자가 동시에 중증장애인이면 1인 20만 원으로 중복 계산됩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 자녀 둘을 키우는 40대 가장이라면 월 80만 원, 6개월이면 480만 원이 됩니다. 넉넉하진 않지만 "다음 달 월세 때문에 아무 데나 지원해야 하나"라는 조급함을 덜기에는 충분한 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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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유형은 현금이 훨씬 적습니다. 취업활동계획을 세우면 참여수당 15만 원(프로그램에 따라 3~10만 원 추가), 집중 취업상담을 받으면 참여장려수당 월 2만 원씩 최대 5회 정도입니다. Ⅱ유형의 무게중심은 현금이 아니라 직업훈련과 상담 서비스에 있습니다.

진짜 큰돈은 '취업한 다음'에 있습니다

의외로 덜 알려진 부분이 뒷단의 수당입니다. 참여 중 취업해서 조건을 채우면 취업성공수당이 나옵니다. 6개월 계속 근무하면 50만 원, 이후 6개월을 더 채우면 100만 원이 추가돼 12개월 근속 시 총 150만 원입니다. 주 30시간 이상 근무하고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하며, Ⅰ유형 참여자와 Ⅱ유형 중 중위소득 60% 이하·특정계층이 대상입니다.

취업이 빨랐다면 조기취업성공수당도 있습니다. 취업활동계획을 세운 날부터 3개월 안에 취·창업하면, Ⅰ유형은 아직 못 받은 잔여 구직촉진수당의 50%를 한꺼번에 받습니다. 수당을 다 받으려고 취업을 미룰 이유를 없애 놓은 장치입니다.

폐업했거나 폐업을 앞둔 소상공인이라면 하나 더 있습니다. 희망리턴패키지 재취업교육(심화)을 이수하고 참여하면 국민취업 연계수당 월 20만 원을 최대 6개월 추가로 받습니다. 구직촉진수당과 함께 나오는 돈이라 체감이 꽤 큽니다.

신청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세 가지

첫째, 순서가 정해져 있습니다. 고용24(work24.go.kr)에서 제도 안내 동영상 1·2회차를 모두 수강하고, 구직등록을 먼저 마친 뒤에야 취업지원 신청서를 낼 수 있습니다. 이 순서를 건너뛰면 신청 화면이 열리지 않습니다. 결과 통지는 접수 후 1개월 안에 서면으로 옵니다.

둘째, 일을 조금 하고 있어도 됩니다. 흔히 "완전 백수만 되는 것"으로 알지만, 임금근로자는 주 30시간 미만, 사업소득자·프리랜서는 월 소득 250만 원 미만이면 '불완전 취업자'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본인 월평균 소득이 1인 가구 중위소득 60%(약 153만 원)를 넘으면 Ⅰ유형은 어렵습니다.

셋째, 받는 동안의 의무가 있습니다. 구직촉진수당은 그냥 입금되지 않습니다. 1회차는 취업활동계획 수립을 마쳐야, 2회차부터는 계획에 적힌 구직활동을 모두 이행하고 이행보고서를 등록해야 나옵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계획을 지키지 않으면 그달 수당이 중단되고, 중단이 3회 쌓이면 남은 수급권 자체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취업하거나 사업자등록을 했다면 반드시 신고해야 하고요.

이런 분들은 오늘이라도 자격을 확인해 보세요

  • 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로 일해서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분
  • 자발적으로 퇴사해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분
  • 졸업 후 아직 취업 경험이 없는 청년(선발형 청년특례)
  • 최종 학기 재학생·휴학생 등 졸업예정자
  • 가게를 접었거나 접을 예정인 소상공인
  • 육아·간병으로 오래 쉬었다가 다시 일하려는 분

앞서 이야기한 지인은 결국 Ⅰ유형 요건심사형으로 신청서를 냈습니다. 프리랜서였지만 최근 2년 취업 경험이 100일을 넘었기 때문입니다. "돈보다도 매달 뭘 해야 하는지 정해져 있는 게 낫더라"는 말을 나중에 들었습니다. 구직 기간이 무서운 건 통장이 줄어서만이 아니라 하루하루의 모양이 사라지기 때문이라는 걸 새삼 생각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고용보험 밖에 있는 사람을 위한 제도이고, Ⅰ유형이면 월 60만 원×6개월과 가족수당, 취업 후에는 최대 150만 원의 성공수당까지 이어집니다. 실업급여 수급 중이거나 종료 후 6개월이 안 됐다면 시기를 조정해야 하고, 신청은 동영상 교육 → 구직등록 → 신청서 순서입니다. 이 글은 작성 시점 기준 고용24 안내를 정리한 것이며, 소득·재산 기준과 예산 사정은 해마다 조정되므로 본인의 자격은 고용24 또는 고용센터(국번 없이 1350)에서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제도 하나가 인생을 바꿔 주지는 않지만, 다음 한 달의 바닥을 조금 높여 주기는 합니다. 그 정도의 여유만 있어도 사람은 훨씬 나은 선택을 하더군요. 오늘은 자격 확인 하나만 해 두셔도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