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이 열리고, 반가운 얼굴이 들어온다. 웃으며 일어나 인사를 하려는데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진다. 이 사람을 뭐라고 불러야 하지. 남편의 형이니까 형님인가, 아주버님인가. 아내의 언니는 처형이었던 것 같은데 그 남편은 또 뭐라고 불러야 하나. 결국 애매하게 "안녕하세요"만 흘리고 돌아서는 순간, 괜히 마음이 무거워진다.

말문이 막힌 건 반가움이 없어서가 아니다. 배울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가족 규모가 작아지면서 어른들 옆에서 자연스럽게 익히던 호칭을 이제는 명절 당일에 급하게 맞닥뜨린다. 2026년 추석은 9월 25일 금요일, 연휴는 9월 24일 목요일부터 시작된다. 아직 2주 남았으니, 이번엔 미리 정리해 두고 편한 마음으로 문을 열어보자.

왜 하필 호칭 앞에서 얼어붙는가

호칭이 어려운 건 한국어의 친족어가 유난히 촘촘하기 때문이다. 영어는 형이든 남동생이든 brother 하나로 끝나지만, 우리말은 나와의 관계, 상대의 성별, 결혼 여부, 그리고 남편 쪽인지 아내 쪽인지까지 전부 다른 단어로 갈린다. 단어 수가 많다는 건 그만큼 관계를 세밀하게 구분해 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체계가 '외우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실제로는 규칙이 있다. 시댁 쪽과 처가 쪽은 아예 다른 계열의 호칭을 쓴다는 것, 그리고 같은 계열 안에서는 서열과 결혼 여부로 갈린다는 것. 이 두 가지만 잡으면 서른 개쯤 되는 단어가 갑자기 열 개 남짓으로 줄어든다.

호칭은 시험 문제가 아니라 지도다. 외우는 게 아니라, 어디쯤인지 짚는 것이다.

남편 쪽 가족을 부를 때 (아내 입장)

가장 많이 헷갈리는 구간이다. 핵심은 남자 쪽은 위아래로, 여자 쪽은 '형님'과 '아가씨'로 갈린다는 점이다.

관계부르는 말
남편의 형아주버님
남편의 형의 아내형님
남편의 남동생도련님(미혼) / 서방님(기혼)
남편의 남동생의 아내동서
남편의 누나형님
남편의 여동생아가씨
남편의 여동생의 남편서방님

여기서 자주 나오는 실수가 남편의 형을 형님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남편이 형을 형님이라 부르니 따라 부르기 쉽지만, 아내 입장에서는 아주버님이 맞다. '형님'이라는 자리는 남편의 형의 아내, 그리고 남편의 누나에게 돌아간다. 여성 쪽에 형님이 몰려 있다고 기억하면 헷갈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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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덧붙이면, 도련님·아가씨 같은 호칭은 옛 신분 질서에서 온 말이라 불편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국립국어원도 오래전 정리한 기준을 그대로 강요하기보다, 가족이 서로 편한 방식을 합의해 쓰는 흐름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기준을 알아두되, 그 집의 분위기를 살펴 조율하는 편이 훨씬 낫다.

아내 쪽 가족을 부를 때 (남편 입장)

처가 쪽은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처(妻)'가 붙는 말이 많다는 점만 잡으면 절반은 끝난다.

관계부르는 말
아내의 오빠형님
아내의 남동생처남
아내의 언니처형
아내의 여동생처제
아내의 언니의 남편형님
아내의 여동생의 남편동서

여기서는 처형을 두고 종종 실수가 생긴다. 처형은 아내의 언니를 부르는 말이지, 그 남편을 부르는 말이 아니다. 아내의 언니의 남편은 나보다 윗자리이므로 형님, 아내의 여동생의 남편은 동서다. 다만 나이 차가 실제 서열과 어긋나는 경우가 흔해서, 이 부분은 서로 나이를 확인하고 편하게 정하는 집이 많다.

장인·장모 호칭도 한번 정리해 둘 만하다. 예전에는 장인어른, 장모님이 기본이었지만, 지금은 시부모와 마찬가지로 아버님·어머님이라 부르는 것도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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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 쪽은 '아버지 계열·어머니 계열'로 나눈다

부모의 형제자매 쪽은 계열만 구분하면 거의 자동으로 풀린다.

  • 아버지의 형 → 큰아버지(백부), 그 아내는 큰어머니
  • 아버지의 남동생 → 작은아버지(숙부), 미혼이면 삼촌, 그 아내는 작은어머니
  • 아버지의 여자 형제 → 고모, 그 남편은 고모부
  • 어머니의 남자 형제 → 외삼촌, 그 아내는 외숙모
  • 어머니의 여자 형제 → 이모, 그 남편은 이모부

규칙이 보이는가. 어머니 쪽에는 '외(外)'와 '이'가 붙고, 아버지 쪽에는 '고'와 '백·숙'이 붙는다. 외삼촌·외숙모·외할머니가 한 묶음이고, 고모·고모부가 다른 묶음이다. 헷갈릴 때는 "엄마 쪽이면 외, 아빠 쪽 여자 형제면 고모"라고 두 번만 되뇌면 된다.

촌수는 덧셈이다 — 사촌, 당숙, 육촌까지

촌수를 계산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부모와 자식 사이가 1촌이고, 그 걸음 수를 더해 나가면 된다. 부부 사이는 한 몸으로 보아 촌수를 세지 않는다.

  • 나와 형제: 나 → 부모(1촌) → 형제(1촌) = 2촌
  • 나와 삼촌: 나 → 아버지(1촌) → 할아버지(1촌) → 삼촌(1촌) = 3촌
  • 나와 사촌: 거기서 한 걸음 더 = 4촌

그래서 아버지의 형제를 '삼촌'이라 부르고, 그 자녀를 '사촌'이라 부른다. 이름 자체가 계산 결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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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단계 더 나가면 당숙(아버지의 사촌 형제)이 5촌, 그 자녀인 육촌이 6촌이다. 명절에 "저 어른은 어떻게 되시는 분이지?" 싶을 때, 부모님께 "아버지랑 몇 촌이세요?"라고 물으면 거기에 1을 더해 내 촌수를 바로 구할 수 있다. 계산이 서면 호칭도 자연히 따라온다.

결국 남는 건 말이 아니라 태도

호칭을 완벽하게 맞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 중요한 건 정확도가 아니라, 틀렸을 때의 태도다. "제가 이런 걸 잘 몰라서요,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요?" 이 한 문장이 어색한 침묵보다 훨씬 낫고, 대개 상대는 반가워하며 답해 준다. 물어보는 행동 자체가 관계를 존중한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세 가지다. 시댁 쪽과 처가 쪽은 계열이 다르고, 친척은 아버지 계열·어머니 계열로 갈리고, 촌수는 부모-자식 1촌을 더해 나가면 된다. 이 정도만 알고 가도 현관문 앞에서 얼어붙는 일은 훨씬 줄어든다.

올해 추석 연휴는 목요일부터 시작된다. 오가는 길이 길어도, 그 끝에서 누군가 이름을 정확히 불러준다면 그것만으로 반가움이 한 겹 더 얹힌다. 올해는 그 한 겹을 먼저 건네는 쪽이 되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