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8)씨의 서랍에는 석 달 치 유산균 보충제가 쌓여 있다. 한 알에 천 원이 넘는 제품을 매일 아침 삼키면서 그는 "이걸 먹으면 속이 편해질 것"이라 믿어왔다. 그런데 최근 미국 미시간대 의과대학 연구팀의 발표를 접하고 나서야, 그 믿음이 절반쯤은 착각이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매일 삼키는 알약 하나, 정말 효과가 있을까

프로바이오틱스, 흔히 유산균이라 부르는 이 보충제는 지난 10여 년간 '장 건강의 필수품'처럼 여겨져 왔다. 마트 진열대의 절반이 유산균 제품으로 채워질 정도로 수요가 커졌고, 사람들은 소화가 안 되거나 컨디션이 나쁠 때마다 습관처럼 한 알을 집어 든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한 미시간대 의과대학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사람에게는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제의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키라 L. 뉴먼 박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프로바이오틱스는 심리적인 통제감을 줄 수는 있지만, 복용자들이 기대하는 실질적인 혜택을 반드시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균형을 해친다는 연구 결과도

더 눈여겨볼 대목은 따로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제를 장기간 복용했을 때 오히려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줄어드는 결과가 관찰됐다는 것이다. 장 건강은 특정 균이 많고 적음보다 얼마나 다양한 미생물이 균형 있게 존재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게 최근 의학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임상 실험 결과는 이 문제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같은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한 참가자들 중 일부는 혈압과 중성지방 수치가 개선됐지만, 또 다른 일부는 오히려 혈당과 인슐린 수치가 악화됐다. 같은 제품, 같은 용량인데도 사람마다 결과가 정반대로 갈린 것이다.

장내 미생물 생태계는 지문만큼이나 사람마다 다르다 — 같은 유산균이 누군가에게는 약이, 누군가에게는 무의미한 알약이 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진짜 장을 살리는 건 무엇인가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꼽는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바로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이다. 통곡물, 채소, 과일, 콩류처럼 섬유질이 많은 음식은 장 속에 이미 살고 있는 유익균들의 먹이가 되어, 굳이 새로운 균을 외부에서 넣지 않아도 스스로 균형을 찾도록 돕는다.

여기에 요구르트나 김치 같은 발효식품도 함께 언급된다. 알약 형태의 보충제와 달리 자연 발효 과정을 거친 음식은 다양한 균주와 부산물을 동시에 섭취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매 끼니 밥상에 나물 한 접시, 김치 한 조각을 더하는 것이 값비싼 유산균 한 알보다 꾸준한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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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유산균이 필요한 순간은 있다

물론 프로바이오틱스가 전부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다. 항생제를 복용한 직후처럼 장내 균형이 급격히 무너진 상황, 혹은 특정 질환으로 의료진이 처방한 경우에는 분명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런 경우에도 어떤 균주를, 얼마나, 어떤 목적으로 먹는지가 분명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막연히 "장에 좋다니까" 먹는 방식보다는, 현재 겪고 있는 증상이 있다면 의사나 약사와 상담해 본인에게 맞는 섭취 여부와 종류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건강 상태에 대한 진단이나 처방을 대신할 수 없다.

오늘부터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습관

거창한 결심 대신 밥상 위에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흰쌀밥 대신 잡곡밥으로 바꾸기, 하루 한 끼는 채소 반찬을 두 가지 이상 곁들이기, 간식으로 과일을 챙기기처럼 작은 변화들이 쌓이면 장내 미생물 생태계도 서서히 반응한다. 물을 충분히 마시고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것 역시 소화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두면 좋다.

특히 출근길에 편의점 삼각김밥과 커피로 끼니를 때우는 날이 잦다면, 일주일에 두세 번만이라도 채소가 들어간 도시락이나 나물 반찬을 챙기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다. 장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지만, 몇 주만 꾸준히 먹는 것을 바꿔도 배변 활동이나 속 더부룩함 같은 신호가 먼저 달라지는 걸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유산균 한 알을 삼키는 대신, 오늘 저녁 식탁에 나물 한 접시를 더 올려보는 것. 어쩌면 그것이 장이 우리에게 진짜로 바라던 답일지도 모른다. 몸은 언제나 정직하게, 우리가 매일 먹는 것들로 자신을 만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