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잠실 인근 카페에 앉아 있던 한 직장인은 옆자리에서 흘러나오는 중계 소리에 자꾸 귀가 갔다. "포티, 러브"라는 알 수 없는 말과 함께 관중이 일제히 숨을 죽였다가 다시 탄성을 지르는 소리. 화면 속에는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 그리고 국내 유일의 여자프로테니스(WTA) 정규 투어 대회인 코리아오픈이 펼쳐지고 있었다. 규칙을 몰라 채널을 돌리려던 그는, 옆 테이블 사람이 "저건 듀스야, 한 점만 더 따면 게임이 끝나"라고 알려주는 말에 눌러앉아 끝까지 경기를 봤다고 한다. 테니스는 알고 보면 야구의 이닝, 배구의 세트처럼 명확한 구조를 가진 스포츠다. 오늘은 그 구조를 처음부터 짚어본다.
포인트-게임-세트-매치, 네 단계의 구조
테니스 스코어는 포인트(point) 하나가 쌓여 게임(game)이 되고, 게임 여러 개가 모여 세트(set)가 되고, 세트를 이기면 매치(match)가 끝나는 4단계 구조로 되어 있다. 포인트는 0점부터 러브(0)-피프틴(15)-서티(30)-포티(40) 순서로 부르는데, 이는 과거 유럽에서 시계 문자판을 이용해 점수를 매기던 관습이 남은 것이라는 설이 널리 알려져 있다. 한 게임에서 4점을 먼저 따면서 상대보다 2점 이상 앞서면 그 게임을 가져간다.
여기서 헷갈리는 지점이 바로 듀스다. 40-40, 즉 서로 3점씩 딴 상황에서는 먼저 한 점을 더 따도 곧바로 게임이 끝나지 않는다. 반드시 2점 차가 나야 하기 때문에, 듀스 이후 한 점을 딴 쪽을 '어드밴티지'라고 부르고, 어드밴티지를 가진 선수가 다음 포인트까지 따내야 게임을 마무리한다. 반대로 어드밴티지를 놓치면 다시 듀스로 돌아간다. 실제로 한 게임 안에서 듀스가 세 번, 네 번 반복되며 5분 넘게 이어지는 장면도 드물지 않다.
게임을 여섯 개 먼저 이기면 세트를 가져가지만, 5-5가 되면 반드시 두 게임 차가 나야 끝난다 — 그래서 6-4는 세트 종료, 6-5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세트는 보통 6게임을 먼저 이기되 2게임 차 우위가 필요하다. 6-6이 되면 대부분 타이브레이크로 승부를 가린다. 타이브레이크는 7점을 먼저 따는 쪽(단, 2점 차 필요)이 세트를 통째로 가져가는 짧고 긴장감 있는 승부다. 여자 단식은 3세트 중 2세트를 먼저 이기면 매치가 끝나고, 남자 그랜드슬램 단식은 5세트 중 3세트를 먼저 잡아야 한다.
왜 서울에서 이 장면이 낯설지 않은가 — 코리아오픈이라는 창
한국에서 테니스가 유독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국내에서 열리는 정규 투어급 대회가 흔치 않다는 점이다. 그런 가운데 하나은행이 후원하는 코리아오픈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열리는 WTA 정규 투어 대회로, 매년 가을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전을 벌인다. 올해도 롤랑가로스(프랑스오픈) 챔피언 출신인 옐레나 오스타펜코를 비롯해 세계 랭킹권 선수들이 서울을 찾아 '가을 테니스 클래식'이라는 별칭에 걸맞은 무대를 만들었다.
이런 대회가 갖는 의미는 단순히 스타 선수를 가까이서 본다는 것 이상이다. 랭킹 포인트가 걸린 정규 투어 대회이기 때문에 선수들에게는 시즌 마무리를 앞두고 순위를 지키거나 끌어올릴 마지막 기회이고, 관객에게는 TV 중계로만 보던 선수의 서브 폼과 스텝, 코트 위에서의 표정 변화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드문 자리다. 실제로 현장을 찾은 관람객 중에는 "화면으로 볼 때보다 서브 스피드가 체감상 훨씬 빠르다"거나 "포인트 사이 선수들이 숨을 고르는 루틴이 인상적이었다"는 후기를 남기는 경우가 많다.
처음 보는 사람을 위한 관전 포인트 세 가지
테니스를 처음 접하는 관객이라면 스코어보드 숫자를 다 이해하지 못해도 즐길 수 있는 관전 포인트가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서브 게임과 리시브 게임의 흐름이다. 자기 서브 게임을 지키는 것(홀드)이 기본이고, 상대 서브 게임을 빼앗는 것(브레이크)은 흐름을 크게 바꾸는 사건이다. 중계에서 캐스터가 "브레이크 포인트"라고 외치는 순간이 바로 세트의 승부처인 경우가 많다.
둘째는 랠리의 리듬이다. 강한 스트로크로 짧게 끝내는 선수와, 코트 구석구석을 이용해 상대를 지치게 만드는 선수의 스타일 차이를 보는 재미가 있다. 셋째는 관중 매너다. 테니스는 포인트가 진행되는 동안 정적을 지키는 것이 기본 예의이며, 포인트가 끝난 뒤 박수를 치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다. 랠리 도중에는 소리를 자제하고, 포인트가 끝나는 순간 박수를 보내는 것 만으로도 현장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
규칙을 알고 보면 달라지는 것들
규칙을 모른 채 보는 테니스와, 게임-세트-매치 구조와 듀스의 의미를 알고 보는 테니스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스코어 숫자 하나에도 그 안에 담긴 긴장감과 확률 싸움이 읽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5-5 상황에서 서브권을 가진 선수가 왜 유리한지, 타이브레이크에 들어가기 전 감독이나 코치가 왜 특정 신호를 보내는지 같은 디테일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가을 시즌 서울을 찾는 코리아오픈처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무대가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기회다. 굳이 현장에 가지 않더라도, 중계를 볼 때 게임 스코어와 듀스, 브레이크 포인트 세 가지 용어만 기억해 두면 다음 랠리부터는 훨씬 더 몰입해서 즐길 수 있다.
테니스는 결국 한 점, 한 점이 쌓여 만들어지는 이야기다. 오늘 소개한 몇 가지 용어만 알아 두어도, 다음에 우연히 마주치는 테니스 중계나 서울의 가을 코트에서 훨씬 더 즐거운 관전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