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저녁, 서점에서 산 소설책을 펼쳐 놓고 세 쪽째에서 휴대폰을 집어 든 적이 있으신가요? 책은 침대 맡에 두 달째 그대로, 책갈피는 여전히 36쪽에 꽂혀 있습니다. 한때는 책 읽는 사람이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스칩니다. 사실 이건 의지가 약해서 생긴 일이 아닙니다. 책 읽기가 어려워진 건 방법이 아니라 환경과 기대치 때문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하루 한 권이 아니라, 하루 열 쪽

독서 습관을 세울 때 가장 흔한 실수는 목표를 너무 크게 잡는 것입니다. "올해는 50권 읽겠다"는 다짐은 1월의 의욕에서 나오지만, 3월쯤이면 무게가 되어 돌아옵니다. 목표가 크면 책을 펴는 일 자체가 숙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단위를 바꿔보면 좋습니다. 권수가 아니라 하루 10쪽입니다. 10쪽은 보통 10~15분이면 끝납니다. 양치질 시간보다 조금 긴 정도지요. 이렇게 하면 읽은 날과 안 읽은 날이 분명해지고, 하루 빠져도 다음 날 부담이 쌓이지 않습니다.

습관은 큰 결심이 아니라, 거절하기 어려울 만큼 작은 약속에서 시작됩니다.

책 읽기 좋은 '자리'를 먼저 만든다

몇 해 전 직장인 지민 씨(가상의 예)는 퇴근 후 소파에서 책을 읽겠다고 했지만 번번이 TV 리모컨을 잡았습니다. 그가 바꾼 건 단 하나, 책을 소파 위가 아니라 현관 신발장 옆 가방 안에 넣어 둔 것이었습니다. 지하철에서 꺼내 읽게 된 겁니다.

읽는 환경은 이렇게 세 가지로 점검해 볼 수 있습니다.

  • 눈에 보이는 곳: 책은 서랍이 아니라 식탁·침대 맡·가방 같은 동선 위에 둡니다.
  • 손이 닿는 곳: 휴대폰 충전기는 침대에서 팔이 닿지 않는 곳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책을 둡니다.
  • 끊기지 않는 곳: 알림이 울리는 기기와는 한 뼘이라도 떨어뜨려 놓습니다.

재미없으면 덮어도 된다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부담도 독서를 가로막습니다. 50쪽을 읽었는데도 마음이 가지 않는다면, 그 책은 지금의 나와 맞지 않는 것일 수 있습니다. 시기가 다르면 같은 책도 다르게 읽힙니다. 덮어 둔 책은 실패가 아니라 ‘나중에 만날 책’ 입니다.

처음 습관을 들이는 시기에는 쉬운 책부터 고르는 편이 좋습니다. 에세이, 짧은 단편집, 그림이 많은 책처럼 한 번에 한 챕터씩 끊어 읽을 수 있는 책이 적당합니다. 어려운 고전은 읽는 근육이 붙은 뒤에 도전해도 늦지 않습니다.

AD

기록은 가볍게, 한 줄이면 충분하다

독서 노트가 부담스러워 포기하는 분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한 줄만 남겨 보세요. 마음에 걸린 문장 하나, 혹은 오늘 읽은 쪽수 정도로요. 휴대폰 메모장에 "p.74 —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순서가 없었다" 같은 식으로 적어도 충분합니다.

이 한 줄은 훗날 책의 분위기를 되살려 주는 책갈피가 됩니다. 쌓이면 나만의 독서 일지가 되고, 한 달 뒤 돌아보면 꽤 뿌듯한 기록이 되어 있을 겁니다.

같이 읽으면 오래 간다

혼자 읽다 보면 흐지부지되기 쉽습니다. 친구와 한 달에 한 권 같은 책을 읽고 통화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동네 도서관의 독서 모임·온라인 독서 챌린지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약속이 생기면 읽는 이유가 하나 더 생깁니다. 도서관은 대출만 해도 비용 부담이 없어 시작하기 좋습니다.

정리하며

책 읽는 습관은 거창한 결심보다 작은 설계에서 자랍니다. 하루 10쪽이라는 작은 단위, 눈에 띄는 자리, 덮어도 괜찮다는 여유, 한 줄의 기록, 그리고 함께 읽을 사람. 이 다섯 가지면 충분합니다. 오늘 밤에는 휴대폰을 잠시 내려놓고, 책갈피가 꽂힌 그 쪽부터 다시 펼쳐 보면 어떨까요. 36쪽에서 멈춘 이야기는 아직 기다리고 있습니다.